달걀만큼 완벽하고, 완전하고, 아주 단순하면서도 믿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그럼 식품이 있을까? 달걀은 아마 보관 식품들 중에서 가장 다용도이며 유용한 식재료일 것이다. 달걀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보면 달걀 프라이, 스크램블드에그, 반숙, 완숙, 수란, 그리고 오븐에 굽거나 오믈렛으로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치킨 파르메산을 만들 때는 빵가루를 묻히는 데도 쓰인다. 달걀 단백질은 커스터드를 걸쭉하게 만드는 빽빽한 망을 형성하거나 거품기로 저어 주면 반죽을 부풀게 하는 공기 거품이 되기도 한다. 달걀은 미트로프를 만들 때 고기를 꾹꾹 내리누르지 않아도 고기가 서로 엉겨 붙도록 하거나 요리계의 외교관처럼 기름과 물을 안정적인 상태의 부드러운 마요네즈가 되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또한, 달걀은 개수를 세기도 쉽고 저장하기도 쉽게 아주 편리하게 포장되어 나온다. 스스로 알아서 광고를 한다고나 할까? 달걀은 정말로 경이로운 식품이다. 음식에 그렇게나 다양하게 쓰이는 게 당연하다. 달걀을 품고 적당한 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살아 숨 쉬는 생명체가 달걀 껍데기 안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생명이 시작되고 또한 많은 레시피가 달걀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알에 대해서 얘기할 때는, 대부분 세상의 조류 중에서 가장 일반적인 닭의 알, 즉 달걀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달걀이 모두 다 똑같이 생겨날까? 더 맛있는 달걀은 없나? 레시피에 영향을 주는 달걀의 요소는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이런 요소들 중에서 최상의 인자를 취할 수 있을까? 이런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이제 적어볼 차례이다.
정확히 알이란 무엇일까? 알은 생식 작용을 통해 재생산된 동물의 배아를 키우는 용기이다. 요리의 관점에서 알이란, 달걀처럼 일반적으로 몸 밖으로 나온 조류의 알을 의미한다. 알에는 기본적으로 노른자와 흰자, 두 부분이 있다. 노른자는 배아가 성장하는 데 영양 공급원이 되며 알의 칼로리 중 75%를 차지한다. 노른자는 유지방이 많아 보이지만 사실 단백질이 녹아 있는 물 자루이다. 큰 단백질 덩어리들과 레시틴과 결합한 지방이 함께 들어 있다. 이 레시틴은 지방과 물 분자가 조화롭게 잘 섞이게 해 주는 유화 분자이다.
흰자도 대부분은 물이고 단백질이 조금 녹아 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오브알부민, 오브뮤신, 오브트란스페린으로 이런 물질로 인해 흰자는 익히면 굳어지고 휘저으면 뻑뻑한 면도 크림처럼 된다. 알 속에 들어있는 단백질은 이미 용해되어 액체 상태로 있기 때문에, 단백질끼리 상대적으로 고정되어 있는 고기 단백질보다 훨씬 다른 음식과 결합하기가 더 쉽다. 이처럼 알에는 다양한 단백질들이 포함돼 있으며, 각각의 단백질은 열을 가하거나 물리적인 힘이 가해지면 조금씩 다른 방법으로 반응한다. 이는 요리사의 입장에서 보면, 음식의 질감을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60 ℃로 조리된 달걀은 부드럽고 커스터드 같지만 82 ℃에서 조리된 달걀은 탱탱하며 굳어 있다.
마트에서 파는 달걀 포장 용기를 보면 몇 가지 크기로 구분되는데, 어떤 달걀을 구입해야 할까? 한국 농림축산식품부 기준 등급에 따르면
왕란 : 68g 이상
특란 : 68g 미만 ~60g 이상
대란 : 60g 미만 ~ 52g 이상
중란 : 52g 미만 ~ 44g 이상
소란 : 44g 미만
으로 구분된다.
실제로는, 소란 크기의 달걀은 마트에서 보기가 힘든데 요즘 닭들이 중간 크기 이상의 알을 낳는 품종이라 그렇다. 보통 레시피에 있는 달걀은 대란을 기준으로 한다. 그렇다면 달걀 상자 옆에 있는 알파벳 등급은 무엇일까? A등급이 B등급보다 더 좋은 걸까? 크기처럼, 달걀의 등급을 매기는 일도 대부분의 생산업자들이 달걀 상자 위에 미국 농무부의 도장을 받기 위해 농무부의 기준을 준수하겠다고 자의적으로 하는 행위이다. 이를 위해 미국 농무부 등급 전문가들은 매 회분에 대해 등급 산정을 위해 표본 달걀을 조사한다. 흰자와 노른자 그리고 껍데기에 대한 질을 평가한 후 등급이 매겨진다. 흰자가 아주 탄력 있고 노른자 높이가 높고 껍데기가 가장 깨끗한 달걀이 AA도장을 받는다. 반면에 흰자가 탄력을 잃고 물처럼 풀어지며 노른자도 탄력이 없어 높이가 낮아지고 껍데기에 얼룩이 있다면 B를 받는다. A등급은 중간으로 대부분의 소매상들이 이 등급을 판매한다.
요리에 사용할 품질은, 수란이나 보기 좋고 탱탱한 모습이 필요한 달걀 프라이 같은 데에는 단단한 흰자와 노른자가 중요하지만 대부분의 요리나 빵을 굽는 데에는 어떤 등급이든 다 괜찮다. 그저 겉으로만 보이는 차이일 뿐이기 때문이다.
낮은 등급의 달걀흰자는 물과 같아서 높은 등급보다 더 잘 풀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신선함이 떨어진 것도 이유가 되지 않을까? 그렇다. 아주 신선한 달걀은 노른자와 흰자가 아주 탱탱해서 수란을 만들 때나 프라이를 할 때 훨씬 더 모양을 잘 유지한다. 노른자는 끓이면 가운데에 자리를 잘 잡는다. 단백질이 나눠지는 방식 때문에 달걀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조직이 느슨해진다. 또한 다른 중요한 변화가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달걀은 점점 더 알칼리성이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달걀흰자의 수소 이온 농도가 거품을 만드는 데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특히 머랭을 기본으로 하는 요리들에서는 중요하다. 흰자는 약간 산성 환경에서 거품을 가장 잘 만드는데 이는 오래된 달걀로는 힘이 없고 물기가 많은 거품을 만들게 된다는 뜻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산성의 타르타르 크림을 아주 조금 넣어 주면 머랭이 힘이 있고 축축해지지 않는다. 타르타르 크림은 시중에서 주석산이라는 이름으로도 판매하며 가루 형태로 되어 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달걀의 신선함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이 다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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