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과학

짠맛 균형 맞추기

김소먹 2024. 3. 13. 22:36

요리하면서 아무리 신경을 써도 막상 식탁에 앉아서 음식을 먹다가 간이 덜 됐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가 있다. 물론 소금 간이 부족해도 나중에 쉽게 조절할 수 있는 음식이 있다. 샐러드는 식탁에서 바로 소금을 약간 뿌리면 되고, 수프는 짭짤한 파르미지아노 치즈를 조금 넣고 잘 저으면 간을 맞출 수 있다. 그러나 조절하기 힘든 음식도 있다. 파스타가 맛이 밍밍하면 짠 소스나 치즈, 고기를 아무리 많이 넣어도 해결이 안 된다. 파스타 삶는 물의 염도가 바닷물과 비슷한 정도여야 했는데 그 비슷한 축에도 못 끼었다는 사실을 혀는 늘 알아챈다. 고기를 굽거나 푹 끓인 요리도 간이 부족한 사태가 벌어지면 수습이 불가능하다.
 많은 음식점에서 음식이 싱거워서 난리가 난 상황을 여러 번 목격한 후,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저런 일은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요리사 하나가 피자 반죽에 깜빡하고 소금을 아예 넣지 않았지만 나중에 시식용 피자를 맛볼 때까지 아무도 이 사태를 눈치채지 못했다가 뒤늦게 깨닫고 어쩔 수 없이 그날은 메뉴에서 피자를 뺀 일이 있었다. 포장지에 '염장'이라고 크게 적힌 닭다리로 찜 요리를 했는데, 알고 보니 표시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완성된 요리를 오븐에서 꺼내 맛을 본 후에야 깨달은 일도 있었다. 다 익은 고기 겉면에 소금을 아무리 뿌려 본들 속에서부터 간이 안 밴 고기를 되살리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우리는 하는 수 없이 살을 모두 분리하고 잘게 찢어서 간을 맞춘 뒤에 라구 소스로 만들어 파스타에 곁들여 냈다. 하지만 뇌리에 가장 인상 깊게 남은 사건은 따로 있다. 요리사 경력이 아주 오래된 선배 한 사람이 라자냐에 소금을 넣지 않은 사건이었다. 그날 저녁에 내려고 이미 100인분이나 만든 후에 그 사실이 발견됐다. 소금을 위에다 뿌려다 속에 간이 안 된 요리를 바로잡을 수는 없으므로 당시 인턴이었던 내게 과제가 주어졌다. 100인분의 라자냐 모두, 각각 열두 겹으로 된 층을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들어 올리고 층마다 소금을 조금씩 뿌리는 일이었다. 그 일 이후 나는 라자냐를 만들면서 소금을 깜박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소금을 어쩌다 너무 많이 넣을 때도 있다. 누구나 그렇다. 특히 소금의 기능을 제대로 깨닫고 소금에 관한 인식이 바뀐 직후에 이런 일이 종종 벌어진다. 초보 요리사 시절에 내가 로스트용 돼지고기를 소금이 수북한 볼에 굴린 것처럼, 소금 양에 무신경해져 갑자기 소금을 마구 넣기 시작하면서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음식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별 신경 안 쓰고 요리를 하다가도 얼마든지 소금을 왕창 넣을 수 있다. 하지만 그리 심각한 일은 아니다. 누구나 실수를 하는 법이고, 나 역시 여전히 실수를 한다.
 소금이 너무 많이 들어간 요리를 살려내는 방법은 다음과 같이 몇 가지가 있다. 하지만 엄청나게 짠 음식을 엄청나게 싱거운 음식과 함께 내는 방식으로는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아무리 싱거운 음식도 심하게 짠맛을 상쇄하지는 못한다.
 첫 번째로 희석하는 방법이 있다. 간이 안 된 재료를 더 넣어서 요리의 양을 늘린다. 소금으로 간이 된 음식의 균형을 맞출 때에는 소금이 들어가지 않은 재료를 더할 때 가장 큰 효과가 나타나는데, 그중에서도 특별한 맛이 없으면서 전분 함량이 높고 진한 재료가 특히 큰 도움이 된다. 그런 재료를 조금만 첨가하면 상대적으로 양이 많은 음식도 짠맛의 균형을 잡을 수 있다. 너무 짠 수프에는 맛이 단조로운 쌀밥이나 감자를, 소금이 과하게 들어간 마요네즈에는 올리브유를 첨가하자. 수프나 육수 혹은 소스를 계속 끓이면 수분은 증발하지만 소금은 남아있으므로 과하게 짠 음식이 된다. 이런 문제는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물이나 육수를 더 넣는 것이다. 여러 가지 재료가 섞인 요리가 너무 짜게 만들어진 경우에는 중심이 되는 재료를 더 넣고 다른 재료의 양을 조절해서 간을 맞춘다.
 두 번째 방법으로는 반으로 나누기가 있다. 이미 완성한 요리에 다른 재료를 더 넣어 짠맛을 중화시키려고 하는데 그러자니 음식의 전체 양이 바로 먹을 수 있는 양을 훌쩍 넘어 버리는 상황이라면, 요리를 반으로 나눠서 절반만 간을 맞추자. 음식에 따라 다르지만 나머지 절반은 냉장실이나 냉동실에 보관해 두었다가 나중에 간을 맞춰서 먹으면 된다. 어떤 식으로든 보관할 수 없는 음식인 경우, 안타깝지만 절반을 버려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차라리 버리는 편이 낫다. 마요네즈 간을 맞추느라 올리브유 3만 원어치를 쏟아부어서 과도하게 양을 늘려 놓고 결국 그중에 4분의 1도 다 쓰지 못하는 것보다는 말이다.
  세 번째로는 맛의 균형을 찾는 방법이 있다. 짜다고 느껴지는 음식도 때로는 소금을 많이 넣어서 그런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신맛이나 지방을 보강하면 맛의 균형이 잡힌다. 음식을 조금 덜어서 레몬즙이나 식초 몇 방울, 또는 올리브유 몇 방울을 넣거나 둘 다 조금씩 첨가해 보자. 맛이 좀 나아진 것 같으면 요리 전체를 같은 방식으로 조절하면 된다.
 네 번째로는 선택하는 방법이 있다. 삶은 콩이나 찌개, 찜 요리처럼 액체를 넣고 조리한 음식은 짠 국물을 제거해야 나머지를 살릴 수 있다. 콩이 너무 짜면 삶는 물을 바꾸자. 콩을 다시 튀기거나 혹은 짜게 삶아진 물은 버리고 간이 안 된 육수와 채소를 넣어서 수프를 끓여도 된다. 삶은 고기가 약간 짜다고 느껴지면 고기 삶은 물은 버리고 크렘 프레슈처럼 신맛이 나는 진한 양념을 더해서 맛의 균형을 맞춰 보자. 간을 약하게 한 전분 식품이나 전분질 채소를 곁들여도 짠맛을 중화할 수 있다.
 다섯 번째로는 다른 요리로 바꾸는 방법도 있다. 간이 짠 고기는 잘게 찢어서 스튜, 칠리 수프, 해시, 라비올리 속 재료 등 다른 여러 재료와 어우러지는 새로운 요리로 만들자. 익히지 않은 얇은 흰 살 생선에 소금을 너무 많이 뿌렸다면 아예 더 많이 뿌려서 염장 대구로 만들어 바칼라 같은 요리를 해 보자.
 정 안된다면 그냥 실패를 인정하는 방법도 있다. 가끔은 그냥 손실을 받아들이고 새로 시작해야 한다. 피자나 한 판 시키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실패라고 해 봐야 그냥 저녁 한 끼일 뿐이고, 내일 다시 하면 된다. 절대로 절망하지 말자. 실수로 싱겁거나 너무 짠 음식을 만들었더라도 거꾸로 배울 수 있는 기회로 여겨야 한다.
 요리할 때는 초반부터 되도록 자주, 모든 것을 맛보면서 소금에 대한 감각을 키워야 한다. '섞고, 맛보고, 조절하자'를 주문처럼 되뇌어 보자. 맛을 볼 때는 소금 맛을 가장 먼저 인지하고, 요리를 완성하기 전에 마지막까지 조절하는 것도 짠맛이어야 한다. 본능적으로 계속 맛을 보는 수준에 이르면 요리 실력도 나아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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