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과학

건조 숙성 소고기 : 드라이에이징①

김소먹 2024. 1. 27. 16:15

이번 포스팅에서는 드라이에이징, 건조 숙성 소고기에 대해 알아보겠다. 우리가 고기를 숙성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숙성의 목적부터 알아보자. 숙성은 어떻게 이뤄질까? 간단히 설명하면, 정통적인 지식으로는 세 가지 분명한 목적으로 고기를 건조 숙성하는데 이 세 가지는 모두 고기의 맛이나 질감을 좋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먼저, 수분 감소가 주요한 목적이라고들 한다. 건조 숙성된 소고기 조각은 수분 손실로 처음 무게의 30% 정도가 줄어들 수 있다. 그러면 맛이 아주 농축된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이게 사실일까? 연육작용은 고기에 자연적으로 들어 있는 효소가, 질긴 근섬유와 결합조직 일부를 분해하면서 발생한다. 숙성이 잘 된 스테이크는 신선한 스테이크보다 현저하게 더 부드럽다. 정말 그럴까? 맛 변화는 수많은 과정을 통해 일어나는데 효소와 박테리아의 작용을 포함하여 지방과 기타 유사 지방 분자들의 산화가 진행된다. 적절히 건조 숙성된 고기는 진한 소고기 맛이 나며 고소하고, 거의 치즈와 같은 향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숙성된 고기가 신선한 고기보다 정말로 더 좋은 걸까?
그건 상황에 따라 다르다. 나는 시식 집단에게 다양한 정도로 숙성된 고기를 먹게 하고 그 고기를 종합적인 선호도, 부드러움, 퀴퀴함 등으로 순위를 매기게 했다. 2~3주 정도 숙성된 고기를 먹은 거의 모두가 완전히 신선한 고기보다 숙성된 고기를 더 좋아했다. 2~3주쯤이면 연육작용은 어느 정도 진행이 되지만 심하게 퀴퀴한 맛은 아직 생기지 않았을 때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오래 숙성시킨 고기에 대해서는 시식자들의 평가가 엇갈렸다, 많은 시식자들이 30~45일 정도 숙성된 고기가 갖고 있는 복합적이면서도 치즈와 같은 맛을 좋아했고 몇몇은 45~60일이 지나면 생기는 정말 지독하게 퀴퀴한 맛을 좋아하기도 했다. 어느 범위대의 고기를 좋아하는가는 개인적인 취향에 달렸다. 나는 개인적으로 60일 숙성시킨 고기를 좋아하는데 그 이상은 내게는 너무 진하다.
하지만 숙성된 고기를 온라인이나 정육점에서도 살 수 있는데 왜 집에서 숙성시켜야 할까?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 첫째는 자랑거리가 된다. 여러분이 주최한 디너파티에 온 친구들에게 "이 소고기 맛이 어때? 내가 직접 8주 동안 숙성시켰어!"라고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지겠는가! 둘째는 돈을 절약할 수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고기를 숙성시키려면 시간과 장소가 필요하고 시간과 장소에는 돈이 든다. 그리고 그 비용은 소비자에게로 전가된다. 잘 숙성된 고기는 똑같은 신선한 고기보다 50~100% 더 비싸다. 집에서는 냉장고 한쪽 귀퉁이를 비우거나 혹은 미니 냉장고가 있는 경우, 추가 비용은 아주 조금밖에 들지 않는다.
필요한 시간과 공간에 더해서 숙성된 고기에 드는 많은 비용이 버려지는 고기의 양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을지 모르겠다. 즉, 말라버려서 잘라 내야 하는 고기 말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생각만큼 그리 큰 요소가 아닌데 그 이유는 곧 알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숙성시킬 고기를 골라보자. 숙성을 위해 어느 부위의 고기를 사야 할까? 고기를 적당히 숙성시키기 위해서 단시간 조리방법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부위의 큰 조각이 필요하다. 그래서 스테이크 전문점에서 보통 사용하는 부위가 숙성용으로 이상적이다. 예를 들어, 채끝살이나 아랫등심, 갈비 등이 있다. 통째로 구하기 가장 쉬운 부위는 갈비이다. 숙성하기 적당한, 고기의 최소 크기는 어느 정도일까? 한 덩어리 즉 낱개의 스테이크만을 숙성시킬 수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그것은 불가능하다. 여러 개의 스테이크를 면포나 키친타월에 싸서 선반에 올리고 냉장고에 넣어 일주일 정도 둘 수 있지만 그 기간으로는 질감이나 맛에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더 오래 숙성을 시키려고 하면 고기는 아주 말라서 완전히 먹을 수 없는 정도가 된다. 마르고 약간 곰팡이가 낀 부분을 잘라내고 나면 0.5cm 두께의 은색 고기가 남는데 이걸로는 웰던 이하로는 조리할 수 없기 때문에 실효수익률을 노골적으로 '0'으로 만들어 버린다. 간단하게 말해서, 건조 숙성을 하기 위해서는 큰 부위의 고기가 있어야 하고 옥외에서 건조해야 한다. 그렇다면 큰 부위들 중에서 어떤 걸 찾아야 할까? 늑골 부위는 여러 형태로 나오는데, 각각 수와 관련된 명칭이 있다.
103은 가장 온전한 형태로 거세우의 6번에서 12번까지의 전체 늑골 부분이다. 여기에는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갈비가 있고, 등뼈가 완전히 그대로이고 살점을 덮으면서 지방과 고기가 넓게 덮여 있다. 정육점에 부탁한다 해도 이 부위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 107은 약간 손질이 되어서 갈비는 짧게 자르고 다는 아니지만 등뼈 일부도 갈리고 바깥 연골도 제거되어 있다. 소메상이나 슈퍼마켓에 팔릴 때 일반적으로 이런 상태로 공급되고 이들 소매상이나 슈퍼마켓에서는 이보다 더 세분화해서 자른다. 109A는 로스트로 차려 내도 된다. 등뼈는 거의 대부분 잘리고 등심 덧살도 제거되어 있으며 지방층은 제자리에 놓인다. 109 익스포트는 기본적으로 109A와 동일하지만 덮어 주는 지방층이 없다. 이 부위는 크리스마스 디너나 고급스러운 호텔뷔페에서 볼 수 있다. 이 부위는 겉에 보호해 줄 부분이 많지 않다. 나는 107과 109A와 109 익스포트를 4도씨로 맞춘 미니 냉장고에서 숙성시켰다. 냉장고 안에다 작은 컴퓨터용 팬을 설치해서 공기 순환이 되게 했는데 작은 규모의 건조 숙성실을 흉내 낸 것이다. 습도는 조절하려고 하지 않았는데 30%~80% 정도로 일정하지 않았다. 고기를 더 많이 보호할수록 최종 산출물이 더 좋아진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고기를 숙성시킬 때 고기 표면을 보호해 주는 것이 왜 중요할까? 이유는 차이가 생길 만큼 충분한 기간 동안 고기를 건조 숙성시키면 표면층은 완전히 마르게 돼서 잘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고기의 표명을 잘 보호해 줘야 나중에 고기 표면을 많이 잘라 내지 않아도 된다.
만약 109A나 지방층이 온전히 있는 다른 부위로 시작하면 산출량이 기본적으로 일반적인 로스트와 비슷하게 된다. 프라임급 갈비를 긴 실린더로 생각한다면 일게 될 고기 양은 오직 양쪽 끝부분이다. 지방층과 뼈가 옆 부분을 완전히 보호해 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