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에 이어 건조 숙성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보겠다. 이어서, 건조 숙성을 하는 동안 맛의 변화를 일으키는 요인은 무엇일까?
숙성된 고기는 실제로 그렇게 많은 수분을 잃지는 않는다고 했는데.. 아 잠깐, 숙성된 스테이크는 고기 무게의 30%까지 수분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들 하지 않았나? 그래서 숙성된 스테이크가 그렇게 비싼 이유 중 하나가 아니었나? 그 30%라는 수치는 좋게 말하면 속임수이고 나쁘게 얘기하면 뻔뻔스러운 거짓말이다. 그렇다. 손질하지 않고 뼈가 붙은 채 지방층도 온전한 프라임 갈비를 건조 숙성을 하면 21~30일의 과정이 지나면 전체 무게의 약 30%가 사라지는 게 사실이다. '사람들'이 말해 주지 않은 것은 그 무게는 거의 오직 바깥층, 즉, 숙성을 하든 안 하든 어차피 잘라 낼 고기 부분을 말하는 것이다.
정육점의 진열장에 든 숙성된 립아이 스테이크가 진열된 신선한 립아이 스테이크보다 30% 더 작지는 않은 게 약간 이상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가? 아니면 뼈가 들어 있는 숙성된 스테이크라면 왜 뼈에서 당겨지거나 늘어나지 않았을까? 실제로는 제거해야 할 절단면을 제외한다면 숙성된 프라임 갈비의 먹을 수 있는 부위는 신선한 프라임 갈비의 부위와 거의 비슷하다. 좋다. 이제 숙성에 대해 확신이 생겼다고 하자. 그렇다면, 숙성된 스테이크에서는 탈수 때문에 '고기 맛이 농축된다'라는 말도 거짓말인가? 그럴 것 같다. 이론상으로는 훌륭한 생각이지만, '팩트'가 뒷받침되지 않는다.
첫째, 단순한 육안 검사가 있다. 숙성된 소고기에서 잘라 낸 스테이크는 신선한 소고기에서 잘라 낸 스테이크와 거의 같은 크기이다.
다음으로 다양한 정도로 숙성된 소고기의 밀도와 완전정말 신선한 고기의 밀도를 측정했다. 이를 위해 나는 넓은 부위의 지방은 피하면서 여러 정도로 숙성된 립아이의 가운데에서 동일한 무게의 고깃덩어리를 잘라 냈다. 각각의 고깃덩어리를 물에 넣고 배수량을 측정했다. 21일 동안 숙성된 고기는 완전히 신선한 고기보다 배수량이 약 4% 정도 적었고 60일 동안 숙성 된 고기는 배수량이 총 5% 적었다. 이는 대부분의 수분 손실이 첫 3주 안에 일어난다는 걸 말해 준다. 또한 고기가 조리되고 나면, 밀도에 있어서 이런 차이는 완전히 사라진다. 곧, 고기가 덜 숙성할수록 수분이 더 많이 빠져나간다. 왜일까? 숙성의 부작용 중 하나는 고기 단백질과 결합조직의 분해이다. 이 때문에 고기가 익으면서 고기의 수축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더욱 부드러워진다. 수축이 적다 = 수분 손실도 적다. 어떻게 이야기하든, 대부분의 경우에, 100% 신선한 고기는 건조 숙성된 고기보다 수분을 더 많이 잃어버린다. 마지막으로, 간단한 시식 테스트가 완전 결정타였는데, 21일 동안 건조 숙성된 고기는 맛에 있어 신선한 고기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좋아진 점이라면 오직 질감에서 뿐이었다. 맛에서 뚜렷한 변화가 생긴 건 30~60일 정도가 되어서였다. 그리고 이 기간에 고기 내부의 밀도에는 근본적으로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래서 수분 손실은 맛의 변화와 관련이 없다. 그렇다면 왜 숙성되는 고기는 첫 몇 주 후에는 수분 손실이 더 일어나지 않을까?
그건 삼투압 문제인데, 고기가 수분을 잃으면서 근섬유는 더욱 가까이 들어차게 되고 그래서 표면 아래에 있는 수분은 날아가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첫 몇 주 후에 고기의 외부층은 아주 뻑뻑하고 단단해져서 사실상 불침투성이 되어 수분 손실이 어렵다. 수분 손실이 아니라면 숙성된 소고기의 맛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일까?
몇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근육 단백질이 효소에 의해 더 짧은 조각으로 분해되면서 호감 가는 맛으로 바꾼다. 하지만 이 영향은 훨씬 더 중요한 다른 변화에 비하면 완전히 부수적인 것이다. 더 중요한 변화란 지방이 산소에 노출되면서 일어나는 변화로 고기 표면에 일어나는 박테리아의 작용과 지방의 산화를 말한다. 이런 작용을 통해 맛이 변화되며 30일 이상 숙성된 고기에서는 퀴퀴한 냄새가 나게 된다. 이 퀴퀴한 맛은 대부분 고기의 가장 바깥쪽 부분인, 대부분 잘라 내 부위에 집중되어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숙성된 고기에서 최대한의 고기를 얻고 싶다면 뼈가 붙은 고기로 하는 게 기본이다. 뼈의 바깥 부분은 많은 양의 산화된 지방과 냄새나는 고기를 보호할 수 있다. 이런 고기를 먹으면서 향이 코에 닿으면 여러분은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숙성된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진하고 깊이 숙성된 맛 때문에 립아이에 붙은 고기 표면인 흉극근을 좋아한다. 다음으로, 숙성 준비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자. 집에서 스테이크를 숙성시키려고 하는데 어떻게 준비하면 될까? 비교적 간단할까? 아주 간단하다. 사실 특별한 장비도 필요 없고 몇 가지 물품만 있으면 된다.
첫 번째로 가장 필요한 것은 냉장고의 여유 공간이다. 가장 좋은 도구는 전용 미니 냉장고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고기 냄새가 다른 음식에 스미지 않게 할 수 있다. 냄새가 조금..... 지독할 수 있으므로, 숙성된 고기를 실험하면서 내 책상 옆에 놓은 미니 냉장고는 내가 속을 들여다보느라 아주 잠깐만 열어도 숙성되고 있는 고기 냄새로 사무실을 가득 메운다. 또, 마찬가지로 숙성 중인 고기에 냉장고의 냄새가 흡수될 수도 있다. 냉장고의 냄새가 전혀 없지 않은 한, 전용 미니 냉장고를 선택하는 게 좋다.
그다음으로는 환기용 팬이다. 표면의 건조를 촉진시키고 골고루 숙성시키기 위해 냉장고 안에 팬을 붙여서 공기 순환이 계속되도록 한다. 팬은 대류식 오븐과 대체로 같은 방식으로 작동해서 냉장과 습도가 더욱 골고루 되게 한다. 나는 온라인에서 30달러 주고 산 얇은 컴퓨터 팬을 사용했다. 다음으로는 고기를 올려놓을 선반이 필요하다. 나는 고깃덩어리를 접시에도 놓아 보고 냉장고 바닥에 바로 놓기도 해 봤는데 좋지 않은 생각이었다. 접시나 냉장고 바닥에 닿은 부분은 적절히 건조가 되지 않아 썩게 되었다. 와이어랙이나 냉장고용 와이어랙에 올려서 숙성을 시키고 떨어지는 물기를 받도록 그 아래에 베이킹팬을 두는 게 좋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인내를 갖고 기다린 자에게는 최고의 스테이크로 보답을 받게 될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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