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스팅에서는 크리미 한 식감의 마요네즈를 만들어보자.
마요네즈는 달걀노른자에 기름을 조금씩 떨어뜨리며 천천히 저어서 만드는 수중유적형, 즉 유화 반응을 거쳐 물속에 기름 입자가 포함된 형태가 된 식품이다. 달걀노른자 자체도 지방과 물이 섞인 유화 상태에 해당된다. 희소식은 노른자에 함유된 레시틴이라는 성분이 지방과 물을 하나로 결합시키는 유화제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힘차게 잘 저으면 레시틴이 노른자에 함유된 극소량의 수분을 오일 방울과 결합시켜 작은 공기 방울로 전체를 감싼다. 이를 통해 두 재료가 합쳐져 진한 맛을 내는 하나의 소스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유화가 다 그렇듯이 마요네즈도 호시탐탐 분리될 기회를 노린다. 서로 적대하는 물과 기름의 관계로 돌아가려고 한다는 의미이다.
기본적으로 마요네즈를 만들 때는 오일의 양을 미리 계량해야 한다. 최소한 눈짐작으로라도 사용할 양을 덜어 두자. 마요네즈를 어떤 용도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재료로 들어갈 오일의 종류도 달라진다. BLT샌드위치나 베트남식 반미 샌드위치에 바르는 용도라면 특별한 맛이 나지 않는 포도씨유나 카놀라유를 넣고, 참치 콩피에 곁들일 니수아즈 샐러드에 뿌릴 아이롤리 소스가 필요하다면 올리브유를 넣자. 달걀노른자 하나당 오일 3/4컵 정도 사용하면 유화 반응이 안정적으로 진행된다. 집에서 직접 만든 마요네즈는 신선할 때 가장 맛있으므로 한 번에 가능한 한 조금씩만 만들자. 남은 마요네즈는 냉장 보관하면 며칠 정도는 두고 사용할 수 있다.
수중유적형 유화는 재료가 너무 뜨겁거나 차갑지 않아야 원활하게 진행된다. 따라서 달걀은 냉장고에서 꺼내서 바로 넣지 말고 실온에 두었다가 사용해야 한다. 그럴 시간이 없다면 달걀을 온수에 몇 분 담가 두면 빠르게 적정 온도로 맞출 수 있다.
마요네즈를 만드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먼저 종이 행주에 물을 살짝 적셔 작은 소스팬을 덮듯이 감싼 후 그 위에 볼을 올린다. 이렇게 하면 물기 있는 종이 행주가 마찰력을 제공해 볼을 고정시키므로 휘저어도 내용물을 쏟지 않는다. 그런 다음 볼에 달걀노른자를 넣고 휘저으면서 오일을 국자나 숟가락으로 한 번에 한 방울씩 넣는다. 준비한 오일의 절반이 들어가고 비교적 안정적인 유화가 이루어졌으면 나머지 오일은 조금 더 빠른 속도로 넣어도 된다. 마요네즈가 뻑뻑해져서 휘젓기 어려운 상태가 된 경우 물이나 레몬즙을 몇 방울 떨어뜨려서 희석해야 성분이 분리되지 않는다. 오일이 모두 들어가고 나면 이제 맛을 보면서 간을 맞추면 된다.
이 방법만 잘 따르면 마요네즈는 실패하기 어려운 음식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한 번은 한 교수님이 내게 요리 수업을 받다가 유화 반응이 일어나는 과학적인 원리를 알려 달라고 했다. 그런 내용은 잘 모르던 때라, 나는 "재료를 하나로 합치는 마법이죠."라고 대답했다. 과학 원리까지 모두 알게 된 지금도 나는 여전히 마법이 조금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크리미 한 식감의 버터를 만들어 보자. 내가 좋아하는 시인 셰이머스 히니는 버터를 "응어리진 햇살"이라고 묘사했다. 버터가 만들어지는 신비한 과정을 이보다 더 우아하고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버터는 동물의 목숨을 빼앗지 않고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동물성 지방이다. 소와 염소, 양은 햇살과 광합성이 함께 만들어 낸 풀을 먹고 우리에게 젖을 제공한다. 우리는 그 젖에 함유된 가장 진한 크림을 떠내서 버터로 변할 때까지 휘휘 젓는다. 아이들도 유리그릇에 담긴 차가운 크림을 젓기만 하면 될 정도로 버터 만드는 과정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버터는 오일과 달리 순수한 지방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지방과 수분, 유고형분이 합쳐져 유화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 버터다. 유화 상태로 존재하는 식품은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는 온도 범위가 좁은 편인데(겨우 몇 도 정도) 버터는 결빙 온도인 0도씨부터 녹는점인 32도씨까지 고체 상태가 유지된다. 마요네즈가 열을 가하거나 얼렸을 때 금세 분리된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버터의 마법 같은 특성을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날씨가 더운 날 버터를 조리대 위에 두면 녹아서 흘러내리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버터가 녹으면서 지방과 물이 분리되는 것이다. 불에 달굴 프라이팬에 올리거나 전자레인지로 가열해도 버터와 지방과 물이 즉각 분리된다. 한차례 녹은 버터는 유화 상태가 깨진 후라 온도가 낮아지면 다시 고체가 되지만, 녹기 전과 같은 신비한 특성은 사라진다. 유화 상태의 식품과 버터의 특성을 잘 활용하면, 햄과 버터가 들어간 정통 파리식 바게트 샌드위치인 잠봉 뵈르부터 초콜릿 트러플까지 다양한 음식에 크리미 한 식감을 더할 수 있다. 레시피마다 제시하고 있는 버터의 사용 온도는 요리사가 마음대로 정한 것이 아니다. 버터는 실온에 두었다가 사용해야 말랑말랑해지고 공기가 침투해 케이크에 들어가도 전체적인 무게가 가벼워지며 밀가루, 설탕, 달걀과 쉽게 혼합하여 부드러운 케이크와 쿠키를 만들 수 있다. 또한 바게트에 골고루 펴 바른 다음 그 위에 햄만 올리면 샌드위치가 완성된다. 뒤에서 다시 설명하겠지만, 버터를 실온에 두었다가 사용하는 것만큼 중요한 조건이 있다. 평소에는 유화 상태가 유지되도록 저온에 보관하는 것이다. 또한 올 버터 파이 반죽 등 파삭한 맛이 특징인 페이스트리 반죽에는 차가운 버터를 넣어야 밀가루의 단백질과 반응하지 않는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유화는 어떻게 분리되는지와 유화를 어떻게 고정시키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조리과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화의 분리와 고정 (0) | 2024.03.21 |
---|---|
지방의 작용 : 크리미한 식감 (0) | 2024.03.21 |
바삭한 식감 : 렌더링과 발연점 (0) | 2024.03.21 |